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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P5. 나만의 리틀포레스트, 250평 마당 가꾸기

오늘을 사는 오느른의 시골 폐가 리모델링 🏚️🏡

안녕하세요. 마지막 다섯번째 에피소드로 찾아뵙게 된 오느른이에요 :)

오느른, 대지 299평에서 집 평수 빼고 대략 250평에 달하는...! 저희 집 마당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해요.


| 시골집 마당, 넓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?

사실 처음에 집을 살 땐 "4500만원에 299평이라니 이게 왠 횡재냐" 했었어요!

처음 이집을 만났을 때, 배추꽃으로 덮여있던 우리 집 :)

모든 도시인들이 공감하실텐데, 1평 고시원, 3평 원룸, 6평 원룸, 9평 분리형 원룸, 12평 투룸... 우리는 이런 사이즈에 익숙하지 않나요?

그런데 299평이라니!

드디어 땅부자가 되는구나!

뭐든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게 좋고, 좁은 것보단 넓은 게 좋다 라는 마음으로 신나서 집을 샀답니다.

이번 여름...점점 풀이 자라더니...?!

그. 런. 데...

어느 순간 이 땅이 애물단지더란 말이에요....

대문 높이까지 자란 풀...

봄부터 여름까지, 공사 중이라 아무것도 못할 때에는 풀이 허리까지 자라서 난리였고

정글이 되어버렸습니다...

슬슬 공사가 마무리 될 때부터는 '정말 이 땅을 다 어쩌지...?' 라는 생각에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.

그래서 잔소리 먼저 하고 시작하자면요.

처음 시골집을 사거나 전원생활 시작하시는 분들, 넓은 땅 좋아하지 마세요.

우리 없이 지낸 거 티내지 말자구요...ㅋㅋㅋㅋ 제 생각에 혼자 사는 싱글 기준으로 땅은 100평도 넓습니다. 사실 혼자 자급자족하기에는 3평이면 충분(?)해요.

뒤에 말씀드리겠지만 땅의 생산성은 어마어마하기에 괜히 땅 욕심 내다가는 정말 몸살나거든요. 넓은 땅보다는 집 상태가 조금 더 좋은 쪽을 선택하시는게 그나마 경제적인 선택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:)

(시골 빈 집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경제적인 분이 있으시려나.. 싶긴 하지만요 😂)

| 250평 마당을 가드닝하며 알게 된 것들

그럼, 지난 가을 뒤늦게 시작한 저희 집의 가드닝(이게 가드닝이 맞나 싶지만...?) 과정과 나름의 팁을 본격적으로 보여드릴게요. 

1. 농기계, 사지 말고 빌리세요!

가드닝의 시작은 돌 줍기...

저희 집의 가드닝은 250평 땅이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맞게 돌 줍기부터 시작했습니다

저를 찾아보세요 ㅋㅋㅋ

넓어도 너무 넓은 마당 때문에 처음엔 이걸 어떻게 다 혼자 하나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ㅠㅠ

결국은 트랙터 출동

요건 관리기라는 거래요!

다행히 나중에는 트랙터와 관리기라는 전문 농기계로 해결했어요.

시골 어르신 말씀 꼭 잘 들어야 합니다. 틀린 거 하나 없어요. 정말 답답해서 잔소리하시는 거예요 ㅋㅋㅋ

사실 이웃 분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죠.

만약 귀농, 귀촌을 하셨는데 농기계가 없어서 힘들다 하시는 분들은 동네 이장님이나 마을 면 소재 농협(비료 등을 파는 영세점)에 문의하시면 싼 값에 일을 도와주실 분들을 소개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.

필요하다고 다 살 수는 없잖아요! 실제로 옆집 이여사님 댁도 농기계 팔 건 다 팔아버리고, 필요할 때만 하루 일삯을 주고 농기계를 빌리신다고 해요.

2.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서 정원을 설계하세요!

사실 저희 집 마당 꽃밭 중 가장 공을 들인 곳은 가장 좁은 자투리 땅인, 진입로 오른쪽 옆 길이에요.

들어오는 길 한켠의 자투리 땅을 꽃밭으로 만드는 중입니다

아주 좁은 곳이지만 저 곳까지 시멘트로 다 막았다면 집에 들어올 때 조금은 삭막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아요.

다행히 공간을 조금 남겨둔 덕에 한 평도 안 되는 땅이지만 흙을 잘 골라 예쁜 꽃들을 심어줬습니다. (지금은 가을이라 주로 국화를 심었어요!)

사실 저희 집 가드닝을 이야기할 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요.

바로 저희 아빠예요.... (위 사진의 국화와 각종 꽃들도 아빠께서 서울에서 직접 공수해오신 거예요)

제 의견은 필요 없죠. 아빠 마음이에요.

네, 오느른 유튜브 7화에서 시골 폐가 산 거 고백했다가 화나서 나가버리신 그 아빠요.

지난 추석 즈음 저희 집을 드디어 구경하신다고 오셨는데 그 이후로 안 가고 계세요 ㅋㅋㅋㅋ

각자 할 일을 해요

그렇게 집은 제 집,

마당은 아빠 마당이 되어버렸습니다.

아빠의 꽃밭이 완성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에요 :)

3. 흙으로 단차를 주어 마당에 재미를 더하세요!

평평하기만 한 마당은 꾸미기 더욱 막막하고, 보기에도 재미가 없을 수 있어요.

그래서 저희 집은 앞마당 흙을 조금 더 돋워서(?) 동산처럼 높이 올렸답니다. 그리고 그 위에는 잔디를 사다가 심었어요.

잔디는 그냥 씨만 뿌려도 잘 난다는데 저희는 초보인지라 불안해서 그냥 심는 것을 택했어요 ㅋㅋㅋ

흙을 솔솔 뿌리고 이렇게 밟아줘야 해요.

아마 내년 봄에 볼 때에는 작고 예쁜 동산이 되어있을 거예요!

참, 이 날 잔디를 심다가 나무 밑 깊숙한 곳에서 보물을 발견하기도 했어요.

꽃 구근인 것 같은데... 뭔지는 이것도 내년 봄이 되어보면 알 수 있겠죠?

| 시골의 질서에는 다 이유가 있다

이 넓은 마당을 가꾸게 되면서 처음 집을 살 때와 생각이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어요.

처음엔 '대체 왜 이렇게 하지?' 싶었는데 직접 겪어보니 이곳의 질서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더라고요. 

1. '시멘트 마당은 싫어!' → '조금은 필요하구나!'

처음 이 집을 공사할 때에는 흙 밟는 느낌이 너무 좋아 시멘트 마당은 절대 깔지 말아야지 라고 생각했어요. 조금 더 나가자면, 시골에 흔히 있는 시멘트 마당 집들을 약간 무시(?)하기도 했었습니다.

처음 이 집을 봤을 때, 흙과 돌만 있던 마당이 좋았거든요.

'에이, 아까워. 나라면 절대 시멘트 마당 안 할텐데... 뭐가 좋은 건지도 모르고 말이야'  라고요.

그런데 이번 여름, 오느른 하우스에서 살아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. 집 앞에 시멘트를 조금이라도 깔아야 살겠더라고요 ㅋㅋㅋㅋ

비오는 날이면 난리가 나던 흙마당...

흙마당 때문에 비만 오면 여기저기에 흙탕물이 튀고, 이건 뭐 청소해봐야 티도 안 나고...

처음엔 무슨 그렇게 땅 욕심이 많았는지 여기도 저기도 다 꽃밭으로 만들어야지 했지만, 저희 집엔 아직도 빈 땅이 많습니다.... 

그래서 앞서 보셨듯이, 결국 집 앞 진입로부터 주로 많이 다니는 마당까지는 시멘트를 깔고 그 주변에 꽃을 심었습니다.

상사화다 vs. 수선화다 논쟁하고 있는 부녀...

시멘트를 깔고 나니 이 거대한 마당을 용도에 따라 구획할 수 있게 되어 실용적으로 쓰임새가 많아지더라고요.

지금은 시멘트 마당 200프로 만족하고 있어요!

2. '텃밭은 뒷마당에' → '정원을 뒷마당으로'

이것 또한 시골살이에 대한 무지무의식 중에 있던 멋부리고 싶은 마음이 가져 온 생각인데요.

처음엔 앞마당엔 예쁘게 정원을 꾸미고, 밖에 보이지 않는 뒷마당을 텃밭으로 써야지 했었어요 ㅎㅎㅎ 

그런데 막상 뒷마당을 텃밭으로 만들고 보니 작물들에게는 잘 자랄 수 있도록 양지 바른 땅, 즉 뒷마당보다는 앞마당을 내어주는 게 좋겠더라고요.

그리고 저희집의 특성상 앞마당은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어서 정원으로 쓰기에는 프라이빗한 느낌도 덜 나고요.

그래서 이번 가을에 심은 작물들만 수확하고 나면 뒷마당을 나만의 정원으로, (꽃 군락을 만들려고 했던) 앞마당은 모두가 볼 수 있는 퍼블릭한 마당이자 텃밭으로 잘 활용할 생각입니다.

참고로 앞마당 한 쪽에는 우리집 인테리어 치트키!

붉은 벽돌로 조적 마당을 만들었어요. 이게 평상을 대신한답니다.

볕이 좋을 땐 이 곳에서 커피를 마셔요 :)

3. '검은 비닐은 싫어' → '풀이 더 싫어!!'

이것도 비슷한데요. 텃밭 같은 데 보면 검은 비닐이 덮여있잖아요. 그게 너무 보기 싫어서 '나는 저렇게 안 해야지'  했거든요. 

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도 저의 무지에서 온 생각이었습니다.

검은 비닐이 없으면 잠깐 보기에는 예쁠지 몰라도 하루 종일 풀만 뽑아야하더라고요 ㅋㅋㅋㅋ

적당한 편리함을 위한 포기는 분명히 필요합니다. 정말 완전한 귀농, 귀촌을 택한 게 아니라면요.

저는 PD라는 직업이 있고,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막상 마당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자투리 시간 뿐이거든요. 그래서 그에 맞게 조금씩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ㅋㅋㅋ

검은 비닐도 예쁘게 보면 예..뻐요...!

| 이 마당에서 계절을 배우는 중

이렇게 저희 집은 또 한 번의 완성을 향해 가고 있어요.

효리(반려견)는 꼭 여기서 졸곤 해요 ㅋㅋㅋ

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, 처음에 연재 시작할 때쯤에는 이 즈음이면 제가 어마어마한 마당을 꾸미고 있을 줄 알았어요.

하지만 그러려면 그만큼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이 있어야 하는데, 저는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하다보니 상상과는 달리 그게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^^;;

그래서 지금은 "어차피 내 마당인데 뭐, 좀 천천히 하자" 라는 마음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. 

지금 당장의 제 1순위는 이번 가을 겨울, 이 마을의 계절을 따라잡아 보는 거예요.

사실 서울에서 화분이나 죽여봤지, 이렇게 갑자기 큰 마당을 가지게 될 줄 제가 알았겠습니까 ㅋㅋㅋ 그러니 허영과 욕심은 버리고 이 마을 분들은 어떻게 하나, 이 지역은 이 계절에 뭘 심나 천천히 따라해보기로 했습니다.

그러다 보니 요즘은 모든 게 참 다르게 보여요. 예전에는 그저 촌스럽고 시골스럽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예쁘게 느껴지더라고요.

예를 들면,

집 근처 중국집 어머님이 꺾어다 주신 갈대나

이여사님이 주신 양파 같은 것들이요. 저희 마당의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죠.

이런 것들을 보면 "예쁘다는 게 뭘까" 라는 생각이 들어요. 그냥 자연스럽게, 있는 그대로. 그게 제일 예쁜 거구나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.

이 곳의 사람들과 자연에게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.

쑥쑥 잘자라는 텃밭 작물들

(그리고 그렇게 동네 어르신들 심는 작물들을 조금씩 다 심어본 결과... 지금 너무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는 처지라는 후문 ㅋㅋㅋ 여러분은 저처럼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. 저 어제 루꼴라 덮밥, 루꼴라 파스타, 루꼴라 샐러드, 루꼴라 계란말이 먹었어요ㅋㅋㅋㅋ)


| 오느른, 연재를 마무리하며

'나만의 리틀포레스트'는 누구나 가질 수 있어요

이 집을 4월에 샀는데 벌써 11월이네요. 돌아보면 저의 2020년, 사계절이 오롯이 이 집에 묻어 있어요.

이 집을 처음 본 4월, 배추꽃이 만개했던 모습

폐가 안 물건을 정리하던 날

리모델링 중, 뒷마당이 보이는 창

지난 여름 창고 별채에 만든 통창과 복숭아 나무

직접 딴 복숭아를 먹으며 여름 논밭 구경하기 

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장마철

주방에서도 어김 없이 돋보이는 빨간 벽돌의 활약

이 통창은 변화하는 계절을 그대로 담아낼 거예요

사실 오롯이 저에게 집중하고 싶어서 내려온 집이지만, 유튜브를 하면서 생각보다 바빠진 일상에 조금 힘들 때도 있어요.

하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 이 집의 풍경들을 보며 위로 받고 힘을 얻고 있어요. 이곳이 바로 저만의 '리틀포레스트'인 셈이죠.

그리고 저는 꼭 나의 텃밭이 없어도, 나의 마당이 없어도, 나의 집이 없어도 '나만의 리틀포레스트'는 누구나 마음 먹으면 조그맣게 꾸밀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.

조그만 화분, 사랑하는 러그, 포근한 침대, 내가 아끼고 애정하는 공간과 소품이 각자의 리틀포레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. 

비록 저는 서울에서 그걸 깨닫지 못해 이 먼 곳까지 와서 재택근무를 하며 살아가고 있지만요. 

너무 뻔한가요? ㅋㅋㅋ

그런데 정말 이곳에 와서 많이 느끼는 게 '서울에서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았을 걸'  이에요.

배달음식 좀 덜 먹고, 나 좀 챙기고, 공원이라도 나가고 그렇게 살았으면 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미친 척 폐가를 사진 않았을텐데...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.

물론 각자의 직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항상 바쁠 거고, 항상 시간이 없을 거예요.

그렇지만 그 안에서 나를 위해 무얼 해주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.

그리고 앞으로 저는 부족하지만 PD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, 요즘 다들 바빠서 놓치고 있는 것들 -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이고 예쁜 삶인지 - 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서 제 생각을 솔직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.

가끔은 이런 뜨뜻한 마음이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것 같기도 해요.

지금까지 오늘의집에서 오느른 연재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. 저희 집의 완성된 모습, 또 앞으로 점차 변해갈 모습은 오느른 유튜브 채널에서 보실 수 있을 거예요.

그럼 정말 안녕-!


지금까지 시골 폐가 리모델링을 주제로 총 5편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. 마지막까지 읽어주신 여러분, 감사합니다!

1. 리틀포레스트를 꿈꾸며, 시골 폐가를 샀습니다

2. 어떻게 고칠까? 낡은 집과 친해지는 시간 

3. 누가 뭐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인테리어 3가지

4. 모든 창문이 액자가 되는 집

5. 나만의 리틀포레스트, 250평 마당 가꾸기 👈



글, 사진 | 오느른

편집 | 오늘의집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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